<p></p><br /><br />한 선비가 가만히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.<br><br>김홍도의 [포의풍류도]인데요. 이 악기의 이름은 당비파입니다. 조선시대에 궁중음악 악기로 연주되었지만, 이제는 계승한 연주가가 없어 진짜 소리를 알 길이 없습니다.<br><br>악기만 국립국악원 창고에 보관되어 있죠.<br><br>[권주렴/ 학예연구사]<br> "(연주한) 흔적이 43년까지 보입니다.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악공들이 많이 도망갔죠."<br><br>당비파의 소리가 사라진 것은 일제 탄압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.<br><br>[권주렴/ 학예연구사]<br>"거문고랑 상당히 겹치거든요. 연주자가 부족한데 이 악기를 편성하는 데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거라 생각합니다."<br><br>소리를 잃은 악기, 당비파.<br><br>문득, 대한민국 보수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<br><br>한국의 보수당 자유한국당은 선거 참패 이후 파격적인 선언을 했습니다.<br><br>수구적 보수, 냉전적 보수를 버리겠다고 했습니다.<br><br>보수 일각은 자살이나 자해행위라며 거센 반격에 나섰습니다.<br><br>과연, 자유한국당은 이런 노선투쟁 과정을 통해 진정한 보수의 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?<br><br>국민들은 걱정이 큽니다.<br><br>권력에서 밀려난 한국당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, 제대로 된 보수정당 없이는 그리고 그것을 연주해 낼 지도자 없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제대로 설 수 없다는 우려를 합니다.<br><br>진정한 보수의 가치란 자유에 대한 신념, 다양성에 대한 인정, 법률과 규범에 대한 존중, 개혁 그 자체가 그 사회를 불태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믿음일 겁니다.<br><br>오랫동안 이 땅에서 소리를 잃은 보수. <br>창고 속 당비파 같은 대한민국의 보수.<br><br>소설가 김훈은 당비파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.<br><br>“연주법이 전승되지 않아, 악기는 더 이상 인간에게 안기지 못하고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. 악기는 살아서 기나긴 잠에 빠져있다“<br><br>이 시점에 한국에 보수가 들여다봐야 할 구절입니다.
